바람 추워도 바람 추워도 손 상 근 몰아치는 바람도 겨울나무 속에 숨긴 붉은 봄기운 빼앗지는 못하리라 심하게 가지를 흔들어도 밑뚱까지 꺾지는 못하리라 겨울나무는 뿌리에 힘 모으고 더 질긴 나이테를 만들리라 두터워지는 껍질, 무장을 하리라 바람 앞에 팽팽히 휘어지기도, 긴장도 하지만 순간.. [ 나:손상근의 詩 ]/★新作詩 2008.01.27
추운 도시에서 추운 도시에서 손 상 근 내려놓고 겨울 앞에 선 나목(裸木) 마른 잎 몇 장 움켜잡고 바스락거리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았다 다 내려놓아라 바람은 몰아치고 열매 몇 알 안고 떨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 시대에 한 남자가, 추운 도시에서 흔들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[ 나:손상근의 詩 ]/★新作詩 2008.01.27
잠자는 짐승에게 잠자는 짐승에게 손 상 근 이 시대의 눈보라에 갇힌 짐승이여 겨울잠은 삶의 정지일 뿐이다 땅굴에 몸 숨긴 채 움츠리고 겨우 숨만 쉬는 어둠에 갇힌 절망 어디로 돌아누워도 닿는 곳은 차가움 줄어드는 영양분에 가끔 몽롱해지면서 겨울잠에 빠진 너는 이 시대의 퇴출자 일 뿐이다 [ 나:손상근의 詩 ]/★新作詩 2008.01.27
현주소 현주소 손 상 근 내 고향은 박꽃 하얗게 초가지붕 덮고 눈썹 달 그 위에 걸리는 마을. 은하수 별을 헤며 반짝이는 꿈이 있었지. 오늘 내가 사는 도시 거리 곳곳에는 산골 떠나온 소나무 뿌리내리지 못한 채 매연에 기침하며 서 있고 나도, 이 도시 쉬 걷힐 기색 없는 짙은 안개의 거리에서 .. [ 나:손상근의 詩 ]/★新作詩 2008.01.27
연어가 돌아오듯 연어가 돌아오듯 손 상 근 詩 빛 바랜 흑백사진 속에서 추억을 더듬듯 그 시절이 그리운 오늘 푸르던 친구들, 그리고 스승님 건강한 모습으로 감격스런 이 자리에 섰다 마치 연어가 돌아오듯 이제, 저마다의 색깔과 몸집으로, 제 목소리를 가지고 당당한 모습으로 돌아와 섰다 우리가 앞만 보고 살아오.. [ 나:손상근의 詩 ]/★新作詩 2008.01.27
봄에도 겨울을 앓는..... 봄에도 겨울을 앓는..... 손 상 근 詩 봄에도 겨울을 앓는 나무가 있다 빈 둥지 하나 끌어안은 채 온기를 거두어 떠난 새는,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나무는 텅 빈 가슴으로 겨울을 앓았다 발가벗은 채로, 긴 날을 흔들리며 앓았다 봄이 와도, 털고 일어서지 못하는 빈 가슴 내내 앓고 있었다 [ 나:손상근의 詩 ]/★新作詩 2008.01.27
요즘 사람들은 매일 붕대를 감는다 요즘 사람들은 매일 붕대를 감는다 손 상 근 사철, 한파에 몸을 움추린 채 전철에 빼곡히 채워져 전장(戰場)으로 향하는 병사들처럼 출근하는 사람들 엘리베이터를 바삐 오르내리고 전화를 걸고 컴퓨터자판을 두들기면서 서로가 거리를 두고 계산하고 경계하면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.. [ 나:손상근의 詩 ]/★新作詩 2008.01.27
쉼표 쉼표 손 상 근 우리는, 수 없는 의문부호를 머리에 꽉 채우고 빠르게 돌아가는 회전의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다 고속 승진 속도 위반 초고속 인터넷 쉼표 없는 리듬은 너무 숨가쁘다 요즘, 주위를 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앞만 보고 가노라 안구(眼球)가 고정돼 버렸다 옆 길 꽃도 .. [ 나:손상근의 詩 ]/★新作詩 2008.01.27
균열(龜裂) 균열(龜裂) 손 상 근 바람은 연일 불어오고 유연성(柔軟性)을 더 요구한다 요즈음, 발목에 힘이 자꾸 들어간다 습한 안개의 도시에서 뼈는 녹슬고 푸석푸석해진다 바람벌판에서 저항하며 습관처럼 강성(剛性)은 더해가고 균열은 허용(許容)치(値)를 넘어선다 수시로 오르내리는 제 열(熱) .. [ 나:손상근의 詩 ]/★新作詩 2008.01.27
연일 불어오는 바람 앞에 연일 불어오는 바람 앞에 손 상 근 추운 바람은 연일 불어오고 한파(寒波)를 예감하는 꺼칠한 참새 한 마리 가슴 한 쪽이 추워온다 사방을 돌아보면 늘상 살아온 땅, 풀과 나무 그리고 하늘 어디에서도 추위를 느낀다 이젠, 긴 겨울을 맞아야 하리라 겨울은 몸무게를 줄게 하고 고단한 몸.. [ 나:손상근의 詩 ]/★新作詩 2008.01.27