잃어버린 둥지
손 상 근
저녁노을 아래
공사장 다리 난간
녹 슨 철골에 부리를 닦고 있는
까치 한 마리
하루를 닦고 있다
신도시 개발에 밀려난 까치는
쉼터가 없다
공사중인 다리 난간에 둥지를 틀었다
저녁연기 모란거리던 농갓집
옮겨 날던 감나무 가지는 없다
철 조각들 널려 있는 공사장,
대단위 쓰레기장 뿐
이슬 맺힌 숲은 없다
여기 저기 뒤져보지만
마실 물, 먹이는 없다
서울 까치는
자주 멀미를 한다
피부가 헐고
털이 빠진다
어느 날, 둥지는
부실 공사 중 다리 붕괴로
강물 속에 무너졌다
사람들은 무너진 다리를 폭파하고
새로운 다리에 도전했지만
까치는 없다
오늘
까치가 잃어버린 둥지는
내일
누가 잃어버릴 둥지일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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